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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에게.
지난 며칠간 너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너무 미안하고... 네가 없는 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슬프고 힘드네. 어디에 눈을 돌려도 네 자취만 보인다. 네가 제일 좋아하던 쿠션, 신나게 쇼핑해서 얼마전에 온 간식들, 들기만해도 네가 너무 좋아하던 산책줄, 샴푸... 너의 존재가 익숙한 나머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너를 보내고 나니 더 잘해주지 못한 것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먹먹하다.
나 사실, 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내줄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도 알았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때가 오면 덤덤히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평균 수명도 알고 있었고, 이 때가 언젠간 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렇게 감정적인 사람이지도 않았고. 그런데... 아무리 이성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음에도, 널 보내고 난 후에 오는 상실감, 미안함, 슬픔은 오히려 더 컸으면 컸지 줄어들지 않나봐. 너무 급작스러워서였을까. 나는 당연히 내일도 너와 함께할 줄 알았는데. 무지개 다리 건너기 전 날, 내가 계속 널 불렀었잖아. 너무 두려웠어, 너를 다시 부르지 못할까봐. 그래서 계속 불렀잖아. 네가 가고 없는 지금, 집에서 너를 부르고 싶은데 입이 안떨어져. 이제 다시 너를 부를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을 짓눌러. 왜 더 같이 있어주지 못하고 맛있는거 더 많이 주지 못하고 그랬을까. 한 번 더 쓰다듬어주고 싶은데...
내가 말했지? 거기서 행복하게 잘 있다가 다시 만날 때 내가 너 꼭 단 번에 알아보겠다고. 애견 병원에서 널 한 눈에 알아보고 집으로 데려온 그 날처럼 말이야. 그 때 널 보는 순간 확신했거든, 나랑 같이 집에 갈거라고. 너는 파이터였어. 함께한지 며칠 안되서 장염에 걸려서 의사도 살아남을 확률이 적다고 했는데, 네가 그 병을 이겨냈을 때 너무 고마웠어. 그래서 이번에 너를 더 고생시킨건 아닌가 모르겠다. 수혈 후에도 네가 안좋아지는게 보였는데 이번에도 이겨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거든. 더 일찍 고통없이 보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토요일 오후, 네가 갑자기 힘이 없어보여서 갔던 첫 ER 병원에서 어마어마한 금액을 내고 수혈을 하거나 안락사 시키라는 말이 청천벽력이었어. 나는 네가 그냥 힘이 좀 없는거고 수액 맞고 약 먹으면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하고 간건데... 그 때 느꼈던 그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의사는 이미 안락사를 예견하고 이런저런 말을 해주는데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어. 그래서 우린 두번 째 ER로 향했지. 상태가 악화되서 조수석에 제대로 눕지조차 못하던 너를 무릎에 앉히고 급히 운전하면서 말했지. 오늘은 아니라고. 내가 너 오늘은 못보낸다고. 수혈 꼭 해줄거라고 말이야. 첫 병원에선 3시간이나 걸리던 검사, 그 사이 아무 조치도 취해주지 않던 의사. 두 번째 병원에서는 바로 IV 주면서 너를 안정시켜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비슷한 소견이었지만 네 병에 대해서 더 정확히 들을 수 있었지. 이전 수혈 경험이 있는 데다 이미 적혈구들이 들러붙어서 혈액 교차검사도 안되기에 부작용의 위험성이 크다고 했지만, 나는 네가 파이터란 걸 알았기 때문에 꼭 수혈을 해주고 싶었어. 병원에 맡기고 집에 오려는데 발이 떨어지질 않더라. 집에 오니 새벽 5시. 네가 없는 집은 처음이라 너무 허전했어.
걱정이 되어서 잠이 안왔어. 3시간 간격으로 병원에 전화해서 네 상태를 물어봤던 것 같아. 다행히 수혈 중 체온이 올라서 조치해준 것 외에는 괜찮다고 해서 마음이 조금 놓였던 것 같아. 네가 스스로 화장실도 갔다고 했을 땐 희망이 생겼고. 이겨내고 있구나 싶었지. 조금 들뜬 마음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해준 말은 그 마음을 산산조각냈지. 입원하기 전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이 왜 내 귀를 타고 들려오는 걸까. 네 몸의 면역체계가 수혈받은 적혈구들을 빠르게 파괴하고 있다는 말과, 이미 면역체계가 붕괴되고 있어 원인을 찾아도 이젠 큰 소용이 없을거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더이상 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 차가운 캐널 안에서 두번 째 수혈을 받고 있던 너를 봤는데... 너무 안쓰럽더라. 나를 보자마자 그 힘겨운 몸을 일으켜서 나에게 오려던 너. 수혈받는 주사바늘이 잘못될까바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하던 나.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어디가는거 아닌가 싶어서 뚫어지게 쳐다보던 너의 눈. 빨리 같이 집에 가고 싶었어. 집에가서 네가 제일 좋아하던 쿠션 위에 뉘어주고 싶었어.
집에 오니 새벽 2시. 오던 중에 네가 호흡곤란을 잠깐 일으켜서 얼마나 안절부절했는지 몰라. 지도에서 보이는 ETA가 1분이 줄어드는게 한 시간으로 느껴지더라. 그래도 수혈받은 직후여서 그런지 네 얼굴에 생기가 좀 돌아서 다행이라 생각했어. 계란 노른자가 빈혈에 좋다고 해서 주는데 너무 잘 먹더라. 난 왜 이런 것도 몰랐을까? 진작에 많이 줄 걸. 내 무지함이 결국 너를 더 힘들게 했더라. 꿀물도 잘 먹고. 그렇게 같이 누워있는데 졸음이 밀려오는데 잠드는게 너무 걱정되는거야. 자고 일어났는데 네가 잘못됐을까봐. 너도 힘들었는지 눈꺼풀이 무거워 보이더라. 그 때쯤 나도 잠들었던 것 같아. 얼마가 지났을까. 화들짝 깨서 널 봤는데 다행히 네가 있었어.
월요일. 최대한 많이 쓰다듬어주고, 예뻐해주고 싶었어. 널 지켜보는데 눈물이 참 많이 나더라. 주사기로 꿀물을 입에 넣어주면 잘 핥아먹던 너.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네가 힘이 빠지는게 보였어. 피부색이 노란색을 띄는건 두 번째 수혈받은 적혈구들도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는 의미였겠지. 근데 이기적인 나는 널 보내줄 준비가 안되는거야. 그래도 네 몸속 어딘가에선 계속 싸우고 있다고, 조금씩 좋아질 수도 있다고 믿고싶었어. 넌 점점 안좋아졌고 어느 순간 뭔가 고통스러운지 그르렁대기 시작했어. 그 때 깨달았어. 너를 보내줘야하는구나. 너를 더 고통스럽게 하고싶지 않았어. 그래서 안락사를 시켜주는 곳에 전화를 걸었어. 그런데 우리 동네는 오지 않는다는거야.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있는데 다행히 네가 괜찮아졌어. 이제 곧 너를 보내주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네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최대한 많이 얘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 이것저것. 널 만났던 날 얘기. 우리가 좋아하던 놀이. 네가 좋아하던 산책길. 그렇게 널 보내줄 준비를 했어. 네가 아무것도 못먹고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수액이라도 줄 수 없을까해서 또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는데, 겨우 닿은 한 의사가 그러더라. 네게 필요한건 산소이고, 수액은 큰 도움이 안될거라고. 그래도 무언가라도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거냐고. 응... 뭐라도 해주고 싶었어. 근데 결국 그 의사도 우리 지역은 오기가 힘들다고 해서 네게 수액을 줄 수도 없었지.
힘도 없는 와중에, 내가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일어나면 급하게 고개를 들어서 날 찾던 너. 네가 정말 좋아하던 고기 한 점이라도 주고 싶어서 부랴부랴 배달시켜서, 네가 나를 잘 볼 수 있게 부엌에 올려두고 고기를 구웠는데... 나는 왜 진작에 그 좋아하는 고기를 더 구워주지 못했을까. 정말 맛있게 잘 먹던 고기도 입에 못대는 네가 너무 안쓰러웠어... 그렇게 또 너와의 소중한 시간이 비정하게 흘렀고 네가 더욱더 힘이 없어지는게 보였어. 이대로는 너의 고통만 늘어날 것 같아서 또 안락사해주는 곳을 찾아서 전화를 걸었어. 전화거는게 너무 힘들었어. 전화해서 약속을 잡는 순간 그게 기정사실이 되어버리는거니까 말이야. 울면서 전화를 돌려서 한 곳을 찾았는데, 다음날 아침 8시에 시간이 된다는거야. 근데... 예약을 못하겠는거야... 그래서 오전 8시 전에 다시 전화를 주겠다 하고 끊었어.
밤 열두 시 좀 넘었을까. 네가 걱정이 되는데 졸음이 계속 쏟아지는거야. 그래서 네 등에 손을 대고 있다가 잠이 들었지. 그러다 네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느낌에 확 깼는데... 그 때 넌 숨이 다해가고 있었고 나는 어떻게 해야할 줄을 몰라서 그저 계속 너를 붙잡고 네가 좋아하던 말들만 계속 해준 것 같아. 그렇게 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는데...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이 뭔지 알겠더라. 처음 느껴보는 어마어마한 강도의 슬픔이 훅 밀려들어오는데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어.
정신차리기 힘든 상태로 몇 시간이 흘러 오전이 되었어. 너에게 인사를 해준 후 잘 덮어줬어. 화장시켜주려고 전화를 했더니 오늘 맡겨두면 다음 날 8시에 가능하다더라. 너와 함께 마지막으로 드라이브를 하는데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도착해서 너를 맡기고 나오려는데 발걸음이 안떨어지는거야. 그래서 아저씨한테 재차 부탁했던 것 같아. 잘 있게 해달라고. 내가 덜 고통스럽게 미리 안락사를 못시켜준게 너무 미안하다고 하니까 아저씨가 해주신 말씀이 있는데 위안이 되더라. "He didn't want you to make that decision." 그 때 문득 첫번 째 수혈 결과를 알려주면서 내가 어찌할바를 몰라하니까 의사가 해준 말이 떠오르면서 진짜 눈물이 펑펑 흘렀어. "You should know that letting him go doesn't mean that you're giving him up." 나 진짜 미안했어, 좀 더 잘해줄 수 있었을 텐데 후회만 되고, 널 보내줄 수가 없었거든...
너를 맡기고 집에 왔는데, 네가 잠들었던 쿠션에 네 몸 모양으로 움푹 패인 부분이 눈에 들어왔거든.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면서 깨달았어. 이제 네가 없다는 사실을.
네가 없는 집에서 보낸 하루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오후엔 쓰러져서 잠이 들었던 것 같아. 내일 너를 다시 볼 힘을 남겨놔야했으니까. 밤에는 비가 갑자기 쏟아지는데 하늘도 네가 간걸 알았나봐.
화요일. 잘 보내주자는 말만 되뇌이면서 다시 갔어. 참 고맙게도 아저씨가 너와 작별을 잘 할 수 있게 잘 뉘어주셨더라. 마지막으로 인사하면서 네 콧등부터 머리까지 쓰다듬어 주는데 이제 다시는 널 쓰다듬어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너무 힘들더라. 네가 참 좋아했었는데. 그래도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 이제는 안아프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다행이더라. 별이야. 나는 네가 내 곁에 있어줘서 너무 행복했고, 외롭지 않았고, 고마웠다. 늘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고 언제 불러도 힘차게 뛰어와줬던 너. 언젠가 네 이름을 다시 부르고 너를 볼 수 있을까. 네게 약속한 것처럼, 다시 만날 때 내가 널 단 번에 알아볼거고, 그 때까지 나도 열심히 살다가 갈게. 무지개 다리에서 꼭 만나자.
2010년 10월에 태어나 2022년 6월 7일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별이에게
사랑하는 내가.
2022년 6월 8일.
P.S. Crematory 아저씨가 건네주신 기도문인데 위로가 되어서 두고두고 읽어볼 것 같아.

Just this side of heaven is a place called Rainbow Bridge.
When an animal dies that has been especially close to someone here, that pet goes to Rainbow Bridge. There are meadows and hills for all of our special friends so they can run and play together. There is plenty of food, water and sunshine, and our friends are warm and comfortable. All the animals who had been ill and old are restored to health and vigor; those who were hurt or maimed are made whole and strong again, just as we remember them in our dreams of days and times gone by. The animals are happy and content, except for one small thing; they each miss someone very special to them, who had to be left behind. They all run and play together, but the day comes when one suddenly stops and looks into the distance. His bright eyes are intent; His eager body quivers. Suddenly he begins to run from the group, flying over the green grass, his legs carrying him faster and faster. You have been spotted, and when you and your special friend finally meet, you cling together in joyous reunion, never to be parted again. The happy kisses rain upon your face; your hands again caress the beloved head, and you look once more into the trusting eyes of your pet, so long gone from your life but never absent from your heart. Then you cross Rainbow Bridge together...